[천자칼럼] 수학자로 불리는 경제학자들

입력 2015-05-25 20:35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근대 수리경제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앙투안 쿠르노(1801~1877)는 파리 소르본대를 졸업한 수학자다. 그는 함수를 도입하고 미적분을 응용해 경제학의 수요와 독점이론 등을 설명했다. 저서 ‘부(富)의 이론에 대한 수리적 원칙’을 현대 경제분석의 출발점으로 본다.

한계효용이론으로 유명한 윌리엄 제본스(1835~1882)도 경제학에 수리적 접근을 시도한 수학자였다. 멩거 등 일부 학자들은 그를 오히려 수리경제학의 원조로 여긴다. 제본스는 경제학을 ‘쾌락과 고통의 수학’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일반균형이론의 레옹 왈라스(1834~1910) 또한 수학적 방법을 경제학에 많이 도입했지만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을 그저 합리적 방법론이라고 설명했다. 근대 학자들은 이처럼 수학적 선호가 분명했다.

수학자들은 20세기 들어서도 경제학 영역에 뛰어들어 탁월한 경제 이론을 많이 제시했다. 케네스 애로와 함께 불가능성 정리를 얘기해 198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라르 드브뢰도 원래 수학자였으며 존 하사니 교수(1994년 노벨상 수상) 역시 수학을 전공한 경제학자다. 비대칭정보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멀리스(1996년 노벨상 恥?도 수학자다. 2005년 노벨상을 수상한 클로드 섀넌 또한 천재적인 수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2007년에 경제학상을 받은 애릭 매스킨, 로저 마이어슨 모두 수학 전공 경제학자다. 정치(精緻)한 수학적 논리로 경제 현실을 완벽하게 설명하려고 하는, 그야말로 경제학의 미적 완성도를 추구했던 이들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수학자이자 경제학자는 존 내시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를 꼽는다. 게임이론으로 유명한 그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이후 줄곧 프린스턴대 수학과에서 강의를 했으며 수학자로 불리길 원했다고 한다. 1958년 수학계의 최고상인 필즈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젊다는 이유로 수상하지 못했다. 그 이후 정신분열증에 걸려 필즈상을 받을 기회를 놓쳤다. 오히려 내시 교수는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경제학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올해 봄에 그는 노르웨이에서 주는 수학상인 아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그가 노르웨이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뒤 23일 귀국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 누구보다 경제학의 미적 완성도를 그려냈던 내시 교수의 영화 같은 죽음이다.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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